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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서 재미가 중요한 이유

나의 경험으로 풀어보는 공부와 재미와의 관계

나는 거의 20년 동안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며 돈을 벌었다.

대학교 내내 수학 과외로 학비를 벌었고,  졸업 후에는 학원강사를 거쳐 수학 전문학원 원장이 되었다.

내가 학원을 오픈했던  2002년에는 수학 전문학원의 개념이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보통 주요 과목을 다 가르치는 보습학원이 성했고 나도 보습학원 강사 출신이다.

이런 시절에 학습 대상을 유아에서 중등학생까지로 조정을 하고  유초등을 게임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을 창업한 것이다. 

 나는 나름 잘 나가는 과외선생이었다. 아이들과 대화가 잘 통하고 까다로운 성향이 아이들도 잘 다뤘다.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는 수학 성적으로 인해 대학교의 레벨이 달라졌다. 이과라면 더욱 수학 성적이 중요했다. 당연히 부모들은 자녀의 수학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남학생이 있다. 중1이 엄청난 개구쟁이고 도통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워낙 하는 게 많다 보니 과외 시간을 많이 낼 수가 없어서 결국 이 학생은 아침 6시, 주 5회 과외를 하기로 했다. 새벽시간을 이용하자는 야심 찬 계획을 한 것이다. 그런데 학생의 의사나 성향과는 전혀 관계없이 부모와 과외선생이 작당 모의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이때 내가 한 일은 아침에 가서 아이를 깨우고 비몽사몽인 학생을 다그쳐서 억지로 뭔가를 주입시킨 것이 전부였다. 당연히 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아이들과의 관계를 잘하는 주특기도 발휘를 하지 못했다. 올빼미 성향이 강한 나도 억지로 새벽에 일어나서 힘든 데다,  아이는 말도 안 듣고 졸고만 있으니 아침부터 언성이 높아지는 게  다반사.  결국 아이는 나를 골탕 먹이는 일을 시도했다.  내가 오기 전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각층의  버튼을 다 놀러 놓은 것이다.  15층까지 올라가는 데 층마다 문이 열렸다 닫히는데,  저 위에서 아이의 깔깔대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가서 겨우 깨워야 일어나는 녀석이 나를  애먹이려고  일찍  일어나서  일을  꾸민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 당시에는 짜증만 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니 하나 좋은 건 아이가 잠이 깨서 앉아있고 생기가 넘쳤다는 것이다. 여전히 공부의 효과는 없었지만 조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는 일은 덜은 셈이다. 이 역시도 좀 지나니 아이가 흥미를 잃고 예전으로 돌아가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도무지 성과가 안나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벽 과외는 그만두었다.

 

 이때 많은 것을 느꼈다. 

 

새벽잠이 많은 사람을 깨우는 동기는 무엇인가?

우선 나에게는 고액의 돈과 성취감_ 일이 없으면 아침 내내 잠을 자는 나는 내심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새벽 과외를 맡으면 돈도 벌고 아침시간도 쓸 수 있고 일석이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침부터 너무 진을 빼고 오니 하루가 힘들고 행복하지가 않았다. 성취감은커녕 점점 더 무기력감만 늘었다.

중1 학생의 경우는 장난을 칠 수 있는 재미를 위해서는 기꺼이 아침잠을 포기했다. 수학 성적을 올리면 얻게 되는 어떤 보상도 동기유발이 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각층마다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있는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난 것이다. 

 동기유발의 요소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자발적인 동기가 강력하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동기의 핵심 요소 중의 하나는 '재미와 흥미'이다. 그렇다면 학습의 동기 부분은 어떨까? 공부는 재미가 없기 때문에 자발적인 동기가 안 생기는 것일까? 수학 과외선생으로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이것을 고민해 왔다. 특히 내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더욱 절실히 이 문제에 대해서 풀고자 노력을 했다. 

 

 공부는 재미가 없는 것이니 자발적인 동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고정관념이다. 본인의 경험에 의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고 이를 자녀에게도 무의식적으로 전달을 한다. 아이들이 공부를 싫어하고 재미 었어하는 것은 순전히 어른들의 잘못이다. 잘못 배운 어른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증거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핀란드 등의 교육에서도 볼 수 있고 나 역시 직접 경험했다.

 

 간혹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진짜로 공부를 좋아한다. 과학영재인 이 아이를 가르칠 때는 절대 오전에 시간을 잡지 않았다. 아이가 아침잠이 많아서 오전에는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이 학생의 엄마는 전업주부로 자녀 셋을 모두 영재로 키웠다. 특히 둘째 아들인 내 학생은 독보적인 영재였다.

아이의 선천적인 두뇌능력을 떠나서 이 엄마는 아이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를 잘 활용했다. 아침잠이 많고 먹을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성향만 잘 맞춰주면 너무나 수월하게 공부를 하는 아이다.

방학중에도 첫 번째 과외시간은 낮 1시이고. 30분마다 간식이 들어왔다. 아직도 그 집에서 먹었던 찐만두가 기억이 난다.  간혹 내 사무실에서 공부를 할 때는 사탕이라도 줘야 아이가 집중하고 공부를 했다. 이 학생은 자는 시간, 먹는 시간 빼면 뭔가를 끊임없이 읽었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것이다. 궁금한 것을 자꾸 물어보는데 내 역량 밖인 것이 많아서 백과사전을 같이 찾아보기도 했다. 지금처럼 스마트 폰이 있었더라면 나에게 묻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학생은 많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공부를 재밌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아이가 별종이라고 생각하는 가? 아니다. 성인학습자는 학령기 학생들에 비해 훨씬 학습동기가 강하고 흥미롭게 공부를 한다. 내가 성인학습자를 위한 자격증 반을 운영할 때나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이다.

 

 석사논문을 쓸 때는 어린아이를 키우고 일을 왕성하게 할 때라 하루에 겨우 4시간을 자면서 버텼다. 그런데도 힘든 줄 모르고 공부에 집중했다. 더 많은 시간 공부를 하고 싶은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니 대학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할 걸이라는 후회가 생겼다. 하지만 그랬다면 대학원 공부도 재미는 모르고 억지로 했거나 졸업을 못했을 수도 있다.  이런 차이는 무엇인가? 바로 '재미'이다. 놀이의 재미가 아니라 알아가는 그것을 알게 되면 공부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내가 생각하는 재미의 반대는 부담이다. 부담은 공부의 결과가 미리 정해져 있을 때 크다. 예를 들면 시험을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시험의 결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에는 그 부담이 훨씬 큰 것이다. 인생에서 당락을 위한 시험을 피할 수는 없지만, 우리 학생들은 당락과도 관계없이 크고 작은 시험에 노출된다. 

 

 영재교육에 대해 석사 논문을 쓰는 중에 알게 된 것은 영재교육을 위한 첫 원칙은 '절대로 아이들을 테스트하지 말라'이다. 영유아들은 재미있게 공부를 한다. 왜냐하면 놀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가 아는 것에 대해 확인하려 들면 아이들은 흥미를 잃는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신기하게도 많은 아이들에게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경험했다.

 요즘에는 교육과정이 개편되어 시험의 종류나 횟수, 그리고 시험을 치르는 연령층이 올라가긴 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시험을 부담스러워한다. 부담을 넘어서 공포까지 경험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기회가 있다면 자세하게 풀어보겠다. 

 어느 순간부터 공부를 재밌게 할 수는 없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유능한 수학 과외선생이기는 했지만 수학을 무지 싫어하고 못하던 학생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문과를 지원했더라면 훨씬 더 상위권의 대학에 진학이 가능했을 것이다.

 중학교 때까지는 수학을 잘했는데 왜 고등학교에서는 어려워했을까? 우선 벼락치기하던 습관을 버리지 못했는데 고등학교는 커리큘럼은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았던 게 원인 중 하나이고, 다른 큰 이유는 수학선생님이 너무 무서웠다는 것이다. 고1과 2 때의 수학 시간은 그야말로 공포였다. 항상 몽둥이를 들고 들어오던 노처녀 수학선생님이 정말 싫었다. 내 번호의 날짜에는 호명될까 봐 수학 시간 내내 긴장을 했고, 머리는 하얘진 기억이 난다. 이과로 진학해서 하루에 4시간까지 수학이 있는 날은 정말 지옥을 경험했다.

 그런데 고3 때 담임선생님이 수학담당이었는데, 이분은 원칙은 분명했지만 유머스러웠다. 고3 때야 수학 시간을 편하게 생각하고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직도 아쉽다. 고3 수학선생님을 일찍 만났더라면 내 수학 내신이 더 올랐을지도 모르는데.. 

물론 이때도 수학을 잘하던 학생은 있었다. 우리 반에도 1명이 있었는데 항상 맨 앞줄에 앉는 여학생이었고, 매 수학 시간은 그 친구와 선생님이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모두 들러리였다. 선생님이 설명을 하면 끄덕거리는 애는 그 학생뿐이고 선생님은 개가 끄덕이면 보충 설명 없이 그냥 넘어갔다. 우등생이었고, 눈에 띄는 학생이었던 나는 고등학교 수학으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점점 더 수학을 싫어하게 됐다. 그런데도 이과로 진학을 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진로선택이었다.

 그 당시에는 공부를 좀 잘하면 이과, 성적이 안 나오면 문과를 선택하는 분위기 었다. 시대의 흐름에 별 저항을 안 했던 나는 적성과는 상관없이 이과를 선택했고, 지금도 그 선택은 잘못된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얻은 것이 많다. 나의 고등학생 때 경험으로 수학을 싫어하고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달래서 공부를 시킬 수가 았었다.

수학 경시대회는 예외지만 대부분의 학교 수학은 상위권의 점수를 내게 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은 수학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지만 중학생까지는 수학을 무서워하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의 성적은 올릴 수 있다. 그리고 중학교 때 기초를 잘 닦아놓으면 수학 적성이 아니어도 고등 수학도 적당한 점수를 내고 관리를 할 수가 있다. 

 

 내가 가르치던 많은 아이들이 수학을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학에 대한 개념을 바꿔 주는 데 공을 많이 들였고, 이게 통한 경우에는 수학 점수가 오르고 이후에는 다른 과목의 성적도 좋아진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수학에 적성이 있거나 싫어하지 않는 학생을 맡으면 그 선생은 노난 셈이다. 그런 아이들은 혼자서 공부를 한다. 선생은 옆에서 가이드만 해 주면 된다. 경력이 있고 유명한 과외선생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만 받는다. 그래서 점점 더 유명해진다. 그리고 부르는 게 값이 된다.

 나 역시 고가의 과외비를 받은 선생이기도 했다. 과학까지 가르칠 수 있으니 더 인기가 많았다. 만약 내 아들이 뜻밖에 예능의 기질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껏 영재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며 지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봐도 내 아이는 수학에 소질이 없었다. 태교부터 그렇게 공을 들였건만 어학이나 음악에는 영재의 자질을 보였는데 수학에는 관심도 능력도 없었다.

 덕분에 나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을 시킬 것인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수학선생이 아닌 학습코치로 직업을 바꾸게 됐다. 현재는 학생들의 학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역량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학습에 대한 개념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진리는 분명히 있다.

 

학생이 공부를 잘하면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다. 단 그 공부를 잘한다는 의미의 해석과 적용이 다를 뿐이다.

이는 자기 주도력 하고도 관계가 있다.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재미있게 공부를 한다는 것과 어느 정도 통한다. 부모라면 어떻게 해야 내 아이가 공부에 재미를 잃지 않도록 키울 것이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부를 재밌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재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근본적으로 아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영유아 때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알려고 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학습지 선생님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러한 재미를 커가면서 잃게 하는 것이 바로 어른들이다. 물론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재미 이외의 요소들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지고 학습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의 인식개선이 우선 되어야 한다. 부모가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전파하는 공부에 대한 부정 감정을 제거해야 한다.

자기 주도력을 비롯하여 공부에 대한 부정 감정을 제거에 관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풀어보겠다.

 

sooncoaching.com/57

 

자기주도학습 정리 1-개념

자기주도학습의 개념에 대해 알아봅시다. 한참 자기주도학습의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자기주도란 이름만 붙으면 학습 쪽에서는 잘 통했습니다. 자기주도학습학원, 자기주도학습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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