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공부에 필요한 요소 중 재미의 중요성에 대해 정리했었다.
이번에는 학습 재미와 긍정 감정 간의 관계에 대해 서술해 보겠다.
평생학습의 시대가 되면서 효과적인 학습법에 대한 관심은 학령기 청소년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성인은 공부만 할 수 있는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학습의 효율성이 더욱 중요하다.
성인 학습자들은 강의 시간에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고, 매우 즐거워한다.
교수자 입장에서는 따로 동기 유발을 시킬 필요가 없으니 수업을 진행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물론 모든 성인학습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의무교육의 경우는 형식적으로만 참여하거나,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교육을 받기 때문에 무척 산만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인 학습자의 경우 필요에 의해 수강을 하기 때문에 적극적이다.
자발적인 성인 학습자가 강의에 집중을 못한 다면, 그 원인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교수자와 학습자의 교육목표가 다르거나, 수업 설계가 잘 못 되었거나, 학습자의 수준이 안 맞거나, 강사의 강의력이 부족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면 성인 학습자는 열심히 학습에 참여한다.
내가 지도하는 자격증반의 수강생 분들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도 갔을 거다", "공부가 이렇게 재밌는 것인지 이제 알아서 아쉽다.", "아무 신경 안 쓰고 공부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학습코치 자격증 반의 수강생 분들은 더 안타깝게 생각하신다. 자녀 공부시키려고 자격증반 신청을 했는데 결국은 본인만 열심히 학습하고 있단다.
만약 성인 학습자가 중학생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과연 본인의 생각만큼 공부를 열심히 할까? 그 답은 알 수가 없다.
나라면 많이 변할 거 같지는 않다. 지금도 내가 필요로 하는 내용에 대해서만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다시 중학생이 되더라도 관심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열심히 할 자신은 없다.
성인이 학습에 더 몰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전문적인 의견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나의 경험을 통해 파악한 내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성인 학습자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자기 주도적이라는 것이다. 필요가 확실하고 자발적이다. 다시 말하면 동기가 확실하다
특히 내적 동기가 크다.
알아가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배움 자체에서 오는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성인과 학령기 학생의 이러한 차이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공부란 ( )다.
위의 괄호 안을 채워보는 활동을 해 보자.
성인의 경우에 주로 많이 나오는 단어는 성장, 꿈을 이루기 위한 것, 노력, 힘들어도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등과 같이 긍정적인 표현이 주다.
반면에 학령기 청소년은 시험, 학교, 피하고 싶은 일, 대학교 입시, 불안함 등 부정적이거나 마이너스적 사고인 경우가 많다.
인식은 공부에 대한 감정의 표현이다.
자발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때는 긍정의 감정이 나타나기 쉽다.
성인이라고 모두 학습에 대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내가 박사과정 중에 너무나 바쁜데 전공 시험날이 다가왔다. 그때 우스개 소리로 내일은 내가 아플 예정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아프면 시험 보러 안 가도 되니까 차라리 마음이 편할 거 같아서였다. 이런 마음은 중고등학교 시절과 다름이 없다.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는 피하고 싶은 것은 똑같았다. 그러나 시간을 쪼개서 공부했고 무사히 통과를 했다. 시험이 아니라 논문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고 엄청난 양의 책을 읽을 때는 나도 모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너무 눈과 어깨가 아파서 일어나 보니 어느새 3시간이 지나있었던 경험, 화장실 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커피랑 물도 안 마시고 자료를 찾고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산만한 성향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해서 학창 시절의 나의 공부 스타일은 여러 과목을 한꺼번에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수학 외에는 좋은 성적을 내서 굳이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수학에는 안 맞는 공부전략을 취한 것이다. 확실한 것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할 때는 그게 학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임이나 드라마처럼 빠져 들어간다. 이것이 진정한 학습이다.
이 사실을 성인이 돼서 알게 된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잘 알고 활용할 수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우리 자녀들이나 학생들이 이런 재미를 그대로 느끼게 하기는 어렵다.
학령기의 특성상 학교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이외에 재밌는 게 너무나 많다. 어찌 보면 공부 빼고 다 재밌다. 이외에도 대학입시제도와 평가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공부가 재밌기는 힘들다. 그러니 공부를 재밌게 여기지는 않더라도 싫어하지는 않게, 더 정확하게는 할만하게 느끼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른들이 말조심을 해야 한다.
부모가 되고 성인학습자가 되니 학창 시절보다는 공부에 대한 감정이 긍정적이 됐다고 여기지만, 실은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긍정감정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부정 개념을 심어준다.
내가 유초등에게 게임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을 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다. 우선 부모들에게 게임이 공부라는 개념을 알리는 것이 힘들었다. 잘 나가던 수학 과외선생이 갑자기 게임으로 수학을 가르친다고 하니 부모들이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확실하게 이해시키는 것은 어려웠다. 아무도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이니 결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고등학생은 게임으로 수학을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니 유초등생을 주 타깃으로 하고, 나의 수학선생이라는 기존 신뢰감으로 어렵지만 학원생을 늘려갔다. 웃긴 에피소드도 많다. 아이들이 수학 배우러 학원가는 것을 너무 좋아하니까 부모들이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가는 학원을 더 자주 가게 해달라고 조르니 의심할 수밖에,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의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에는 놀이수학이 보편화돼서 부모들의 인식이 잘 된 편이지만 2002년 무렵에는 초기 입학 상담에 한 시간 이상 소요했다. 과외였다면 그렇게 시간을 투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이 성적 물어보고, 내가 수업 가능한 시간을 말해서 맞추면 상담 종료. 과외비는 이미 다 알고 오기 때문에 확인만 하면 된다.
수입적인 면으로 봤을 때는 과외의 10분의 1의 비용을 받고 유초등학생을 가르친다. 미쳤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릴 때 수학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면 중고등학생이 되어야 수학을 잘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학원을 운영해 나갔다. 내 아들 또래가 주 고객이니 좀 더 쉽기도 했다. 내 자식 가르치려고 이 학원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믿는다. 지 자식을 위해서 한다는 데 정말 좋을 것이겠지 하는 안도감이 작용한 것이다.
학원은 대박을 냈다. 그 당시 유초등이 40분 주 1회 수업을 받는데 8만 원의 수강료를 책정했다. 4인 1조의 소수 수업이고 교구를 활용해야 하니 그 돈을 받아도 학원 입장에서는 많이 남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일 1시간씩 가는 피아노나 태권도 학원이 10만 원이었으니 비교하면 파격적인 액수이다. 더구나 차량 운행도 안 하고 부모가 데리고 와야 한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으나 좀 시간이 지나니 지역에서 교육에 관심이 있다는 부모는 거의 우리 학원에 고객이 되었다.
학원생이 늘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운영에는 더 힘든 점이 생겼다. 초기에는 부모 한 사람씩 붙들고 게임 수학의 효용성에 대해서 정성껏 설명하고 이해를 시켰기 때문에 과정이 끝날 때까지 퇴원을 안 한다. 그러나 학원이 유명해지면서 원장 상담 없이, 소문만 듣고 등록을 시키는 부모가 늘어났다. 상담하러 오라고 해도 바쁜 부모는 오지 않거나 그냥 믿고 보낸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부모가 학습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게임 수학을 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고가의 학원비에 비해 효과가 더딘 것 같고 무엇보다도 의심이 점점 커진다. 정말 공부하는 거 맞아? 부모에게 수학이란 지루하고 억지로 하는 과목이라는 개념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과정을 마치지 않고 퇴원하는 학생이 늘어나면 학원 입장에서는 힘들다. 4인 1조인데 한번 편성된 조가 끝까지 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극성스러운 부모는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아이와는 같이 시키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우리 학원뿐 아니라 전국의 다른 프랜차이즈 학원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본사에서는 게임에 대한 학습지를 개발해서 내보냈다. 예를 들면 구구단 게임을 하고 나면 그 구구단을 학습지로 풀게 하는 것이다. 그 학습지 자체도 어렵지 않았고 칼라풀하고 재미있게 구성하려고 노력했지만, 학습지가 나온 이후부터는 게임 학습의 효과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부모 때문이다. 아이가 게임을 통해서 제대로 배웠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보니, 학습지를 제대로 못 풀면 혼을 내거나 눈치를 주기 때문이다. 독후감 쓰기 싫어서 책 읽기를 싫어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수학 게임이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고 놀 수 있는 것은 많은데 굳이 골치 아픈 학습지를 꼭 풀어야 하는 게임 수학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대로 놀게 놔두면 저절로 전략적 사고, 연산 능력, 공간감각 등이 향상돼서 학습지는 알아서 척척 풀 텐데, 부모의 욕심이 아이들에게 재미를 빼앗았다.
영재교육의 원칙 '테스트하지 말라'를 지키지 않아서 실패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학원에서는 게임만 시키고 학습지는 집에 들러 보내서 엄마와 하게 하다가, 부작용이 너무 큰 것을 보고 차라리 학원에서 여럿이 재밌게 학습지를 풀게 했더니 그나마 나았다. 학원에서는 학습지를 잘 못 풀어도 혼나지 않는다. 오히려 스티커를 더 받기 위해 경쟁을 하거나 게임의 일환을 여기니 효과가 더 좋았다.
우여곡절 끝에 유초등 수학 게임의 전체 과정을 마친 아이들(기간은 3~5년으로 연령에 따라 다르다)은 확실히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수학을 잘했다. 6살에 만난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나서도 계속 학원을 다닌 경우가 많다. 그 아이들은 거의 전교 1, 2등을 다퉜다. 그 아이들이 이제는 20대 중반이 되었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
부모의 공부에 대한 부정 인식은 언어를 통해서도 전달이 된다.
어린아이가 구몬 수학을 열심히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지루해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스티커를 붙이고 선생님이 재미있게 가르쳐 주니까 신나서 공부를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선생님이 오셔도 시큰둥하고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당연한 것이다. 익숙해지면 흥미는 반감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싫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부모는 노파심에 잔소리를 한다. "너 이렇게 수학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수학을 못해" "나중에 수학이 어려워지면 어떡할라고 그래? 지금부터 열심히 해야 돼" 등 아이에게 수학은 어렵다. 이렇게 공부 안 하면 나중에 큰일 난다. 는 등의 예언을 한다. 아이는 어리둥절하다. 수학은 하나도 안 어려운데.... 그러나 말은 씨가 되기 때문에 부모의 말은 나중에 그 효과가 나타난다. 초등 2학년만 돼도 부모의 말이 현실화된다. 어라 수학이 진짜 어렵네. 선생님 말씀을 못 알아듣겠네..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었던 수학에 대한 부정 감정과 공포감을 실감하고 내재화한다.
부모는 정말 말조심을 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부정 개념을 심어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부가 너무 재밌다는 개념을 유지하기는 어려워도, 싫지는 않게, 할만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비교적 쉽다.
부모가 공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부정적인 말을 조심하고,
성적이 잘 안 나와도 여유를 가지고 기초 개인기를 잘 닦을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
다음에는 자기주도력과 학습에 대해 포스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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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학습의 개념에 대해 알아봅시다. 한참 자기주도학습의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자기주도란 이름만 붙으면 학습 쪽에서는 잘 통했습니다. 자기주도학습학원, 자기주도학습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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