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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학습_실천편(개념 바꾸기 사례)

제가 학생들과 활동한 사례입니다.

출처: pixabay

학생들에게는 자기주도학습이란 말이 인기가 없습니다. 

중학교의 방과 후 과목으로 자기주도학습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7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첫 수업시간이 생생하네요. 

교실에 들어온 학생들 얼굴에 그늘이 가득합니다.

거의 울기 직전인 것처럼 보여요. 그 이유를 물으니 머뭇대던 한 학생이 거의 폭발하듯 말을 합니다.

"아휴.. 방과 후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거예요?" 

기타, 방송댄스, 보컬 트레이닝, 쿠킹클래스 등 방과 후 프로그램이 많은데 학습코칭반에 배정이 된 거였어요.

본인은 기타 클래스에 신청을 했는데 지원자가 많아서 밀린 겁니다.

가위 바위 보에 져서 인원 미달인 자기주도학습코칭반에 배정이 된 거죠.

대부분의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 이유로 앉아 있었습니다. 자발적으로 온 학생은 한 명도 없었어요.

당연히 학생들 얼굴이 어둡죠.

학생들에게 자기주도학습이란 개념은 그저 지겨운 공부의 연장이었던 것입니다.

반감이 가득한 학생들과 이렇게 첫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자기주도학습코칭 12주 차의 과정을 마친 결과를 미리 밝히자면, 학생들 얼굴이 아주 밝아졌다는 것입니다.

이 반에 들어오길 잘했다며, 코치님 감사하다는 후기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 원인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인식이 긍정으로 바뀌었다.

둘째,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탐색을 하고, 긍정적인 자기 인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진로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공부의 목적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일이라도 부정적인 감정이 앞서면 성과를 내기가 힘듭니다.

자기주도학습에 대해 싫은 감정부터 바꿔 주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첫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이왕 왔으니까 한 시간 들어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다음부터는 안 와도 돼. 나는 여러분의 결정을 무조건 존중합니다.

정말 오기 싫으면 내가 책임지고 문제없게 조치를 할게요"

모두 어리둥절해했지요.

못 믿는 표정이기도 했습니다.

첫 시간에는 자기주도의 의미부터 재정립했습니다.

 

코칭은 설명을 최소한으로 합니다. 질문을 주로 하죠.

 

"자기주도학습코칭반에 들어왔으니 이게 뭔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단어를 모두 떼어 보면 자기, 주도, 학습, 코칭 이렇게 되는 데 각 뜻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이번에는 자기주도의 단어를 가지고 이야기해 봅시다. 인생에서 자기주도가 제일 필요할 때는 언제일 것 같아요?"

 

이런저런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 진행을 합니다.

자기주도의 자기란 애인이라고 대답하는 학생이 있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아무튼 첫 시간이 지난 후에 다음 시간도 와 보겠다며 인심 쓰듯 말하면서 돌아가던 학생들의 모습이 기억나네요. 

 

인생에서 자기주도가 제일 필요한 때는 언제일까요?

학생뿐 아니라 부모님들 중 많은 사람들이 10대라고 답합니다.

왜냐면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하니까요.

정말 그럴까요? 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으로 본다면, 그 시기는 성인기가 아닐까요?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성인시기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30대가 지나면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그 결과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죠. 이 시기에 자기주도력이 떨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배우자가 무엇이든 나에게 물어본다고 상상해 보세요.

"여보, 나 오늘 회사 안 가면 안 될까? 자기가 전화 좀 해 주라?"

"여보, OO이 오라는데 갈까 말까?"

"여보, 여보, 여보 ........ ?"

과장되게 표현했지만 생각만으로도 끔찍하죠. 남편이 아니라 아들을 키우는 기분일 겁니다.

 

자기주도력은 인생 전반에 걸쳐서 꼭 필요한 역량입니다.

특히 성인의 경우에는 더 중요합니다. 

어릴 때야 부모 주도로도 살이 갈 수 있지만요.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설명을 한 후에 다시 묻습니다.

"여러분은 자기주도 잘하고 싶어요?" 당연히 "네"라는 대답이 나오죠.

"무엇이든 잘하고 싶으면 연습하면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도구가 있어야 해요. 농구로 연습하면 자기주도농구, 미술이면 자기주도미술.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더 쉽게 할 수 있으니까 찾아보도록 하고, 만약에 특별히 못 찾겠다면 공부를 그 도구로 쓰면 어떨까요? 그게 바로 자기주도학습이에요. 자기주도학습은 공부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기주도를 하기 위해서 공부를 이용하는 거예요. 자기주도학습을 하면 이득이 많아요. 우선 공부가 좀 할만하게 돼요. 종종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경우도 생겨요. 그리고 성적이 좀 올라요. 아주 크게 올라가는 학생도 많은 편이에요. 아무튼 성적이 떨어지진 않더라고요. 자기주도력이 생기니 공부 외에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어때요. 자기주도학습도 그렇게 나쁘진 않죠?"

 

학생들은 무슨 뜻인지 잘 알아듣습니다.

자기주도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나니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인식이 바뀝니다.

부정 감정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더라도 호기심이 발동을 하게 됩니다.

호기심이 생기면 그다음으로 진행하기가 쉽습니다.